친박연대, 무려 특정인을 지칭하는 단어가 당명에 들어간 대한민국 초유의 정당이다. 처음에는 그 어이없음에 경악했고, 설마 선관위가 허가해줄까 싶었는데 결국 허가한 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런데 정신을 가다듬어보니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뭐 가장 간단한 예를 봐도 우크라이나의 연합 집권당, '티모셴코 블록(티모셴코 연합)'이 있으니까. 아마도 친박연대를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델로 두었던 것은 티모셴코 블록이 아니었을까 싶다.

친박연대 CI티모셴코 블록 CI

율리야 티모셴코, 오렌지 혁명으로 빅토르 유센코와 투톱을 이루어 총리직에 올랐던 우크라이나의 여성 정치인이다. 이 아줌마의 경력을 한국에 빗대어 보면 매우 재미있는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셋만 뽑아보자. 첫째, 경제학 전공자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중공업인 가스회사의 경영진(!) 출신이라는 거. 둘째, 자신의 기업을 통한 지역 기반을 등에 업고(!) 압도적 지지로 정계 진출을 시작했다는 거. 셋째, 지지층들에게는 거의 아이돌급의 인기(!)를 자랑한다는 거. 자신의 정당을 넘치는 재력과 더불어 개인적 인기로 지탱하고 있다. 참고로 이분도 공주님이다. '오륀지 공주' 또는 'ガス姫' -ㅁ-;;

......즉, 그 분은 한 몸에 이명박과 정몽준과 박근혜의 요소를 전부 품고 계신다;;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하자. 티모셴코는 2004년 오렌지혁명 후 2005년 유셴코 정권에서 총리직에 올랐지만 대통령과의 불화로 뒷치기를 당한 전례가 있다(원래부터 둘은 경쟁자이긴 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무려 사람 이름을 연합정당에 박은 '티모셴코 블록' 이 선거에서 약진한 거다. 원내 1당인 '우크라이나 지역당' 을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원내 2당이며 '여권'의 1당 자리에 올랐으니까(그 과정에서 티모셴코가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들도 속았습니다' 라고 발언했다는 이야기는 없는 거 같다. 하지만 티모셴코 블록의 선거 포스터를 보면 역시 팬클럽의 빠심이 당의 원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저 근저에는 드네프르 강 동쪽과 서쪽 우크라이나 간의 지역감정 비스무레한 것도 얽혀있지만, 그것만 따지자면 지역기반이 꽤나 겹치는 유센코의 '우리 우크라이나'를 '티모셴코 블록'이 바보 만드는 건 설명이 불가능하다).

티모셴코 블록 포스터1티모셴코 블록 포스터2

자, 유센코씨는 위기에 몰렸다. 자기가 내쫓은 사람을 염치불구하고 다시 모셔와야 하는 이 사태, 어케 해결했느냐 하면 유센코와 티모셴코 공통의 정적(우크라이나 지역당)과 손을 잡아 티모셴코를 한 번 더 물먹였다; '오늘의 적보다는 어제의 적이 낫다' 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2년간 눈물젖은 빵 좀 먹었지만, 지난 2007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역당'과 대통령의 '우리 우크라이나' 연합이 뒷걸음질치는 가운데 '티모셴코 블록'은 약진하는 바람에(그래도 원내 2당이지만) 결국 대통령이 굴욕을 감내하며 티모셴코와 손을 잡았지. 티모셴코는 의원내각제로 정치체제를 전환한 우크라이나에서 실질적으로 1인자의 지위에 오른 거다.

친박연대 사람들로서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미래다!' 라고 할 만한 매우 좋은 예다. 사실 친박연대는 티모셴코 블록과 달리 원내 2당에 오를 만한 저력이 없다. 하지만 우는 아이 떡 주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그런대로 친박연대의 전략이 통하고 있다. 아직도 '維新姫'의 위명은 자자하니까.

친박연대는 '자민련의 정통 후예' 답게 지역을 움켜쥐고 캐스팅 보트 역할에 만족할 자유선진당과는 달리 결국엔 한나라당에 복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집단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오고 싶다고 해도 안 받아준다' 라지만 그것은 결국엔 제스처, 의원은 다다익선이니 총선 후에 이명박계만으로 과반을 점하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친박연대가 다시 한나라당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과연 친박연대, 아니 박근혜는 이 고난을 헤쳐나가 티모셴코처럼 화려하게 한나라당의 '재점령'에 나설 수 있을까?

아 참, 티모셴코와 박근혜는 이 많은 상황적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차이가 있다. 티모셴코는 자신이 재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내의 부정부패와 전쟁을 벌이는 '개혁' 아이콘의 중도좌파지만,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출신성분에 아직도 부정부패의 멍에를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한국의 보수파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다. 서양의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극우파 내지는 보수 우파로 규정지어지는 사람이다 보니, 애초부터 전국구급 인물이 되기는 틀린 셈이다.

4.8. 추가 - 내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 듯. 그냥 눈에 뻔히 보였던 대로 여당의 위장전입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2008/04/07 04:12 2008/04/07 04:12

의정활동 기록은 참여연대 '열려라, 국회!' 페이지(http://watch.peoplepower21.org/)의 자료를 사용.
출마 명단은 국회의원선거 정보조회시스템(http://www.nec.go.kr:7070/abextern/index.html)에서 조사.

1. 본회의 출석률 및 상임위 출석률, 법안 발의 건수의 색상은 해당 출마자의 각 항목별 등수 백분위가 각각 상위 0~20%(파랑), 상위 21~40%(녹색), 41~60%(회색), 61~80%(주황), 81~100%(빨강)에 위치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경계선에서 동일 출석률 또는 발의 건수의 출마자들은 해당 인원을 전부 상위 백분위로 분류했다.

2. 보궐선거 당선자의 경우 발의 건수는 17대의 임기 48개월 중 당선 이후 국회의원직을 수행한 기간만큼을 개월 단위로 세어 실제 발의건수에 일할계산한 후 해당 수치를 근거로 백분위를 계산했다. 하기의 표에 제시된 수치는 일할계산된 값이 아닌 원 발의건수다.

3. 17대 국회의 평균 본회의 출석률은 87.49%, 상임위 출석률은 80.91%, 발의 건수는 18.40건이다.

4. 이상의 백분위는 17대 국회의원 중 18대 출마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18대 불출마자를 포함한 17대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매긴 것이다.

5. 김근태씨처럼 출석률 및 발의 건수가 비상식적으로 낮은 구 집권당의 몇몇 의원은 해당 출마자가 17대 임기 중 총리직이나 국무위원직, 기타 상근 공무직을 수행한 경우이다(보건복지부 장관직 19개월 수행). 하긴 그걸 감안해도 이 경우의 상임위 출석률은 매우 낮은 수치이긴 하다. 참고로, 본회의 출석률 거꾸로 3위, 상임위 출석률 거꾸로 11위, 발의건수 거꾸로 1위에 빛나는 이인제 의원은 이 세 분야 전부 하위 5% 이내를 마크한 다른 하위권 동료들이 장관이다 총리다 하면서 바빴던 와중에, 심대평 의원과 더불어 '개인사정(?)'으로 바빠서 하위권이 된 유이(唯二)한 의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3/27 03:16 2008/03/27 03:16

오랫만에 일몰사진

from 일상 2008/03/24 04:01
겨울동안은 퇴근시간 전에 해가 꼴랑 져버는데다가 해가 아직 지지 않았다고 해도 추워서 밖에 못 나갔지만, 어느 새 춘분이 지나면서 퇴근시간 즈음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일몰을 찍기엔 딱 좋은 때다.

확대


오후에 잠깐 쉬려고 커피 한 잔 만들어 3층 베란다로 올라가면 시끄러운 새 소리가 들린다. 일컬어 '어떤 새들은 봄이 오기 전에 북쪽으로 날아간다' 랄까. 최근 몇 년간은 이 정도 즈음에 벌써 개나리나 진달래, 목련이 잔뜩 피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입춘도 춘분도 지났어도 아직 봄이 아니다. 뭐 음력으로 세자면 아직 '꽃피는 춘삼월' 이 아니니까.
2008/03/24 04:01 2008/03/24 04:01
Tag //